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3년 진료비 통계지표` 자료에 따르면 치주질환으로 치과를 찾은 국민이 1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2004년에 비해 약 2배 증가한 수치로, 급성 상기도염(감기)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흔히 앓고 있는 질환 중 하나입니다.
흔히 잇몸병, 풍치라고 불리는 치주병은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조직인 잇몸과 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치아를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이러한 치주병은 단순히 치아를 잃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신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주병과 당뇨병=치주병은 당뇨병의 `6번째 합병증'이라 불릴 만큼 당뇨병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는 세균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력이 일반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치주병에 걸리기 쉽고, 치주병이 당뇨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등 당뇨병과 치주염의 상관관계가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치주병으로 인해 입 속 염증 매개체가 혈관을 타고 몸 속으로 퍼지면 당뇨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 조직에 침투, 염증을 확산시키고 세포의 파괴를 유도하게 됩니다. 또 이 매개체가 인슐린의 작용을 억제해 당 흡수를 떨어뜨려 당뇨를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치주 관리를 잘하면 당뇨수치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여러 차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재목 경북대 치의과전문대학원 교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들은 치주병 합병증으로 인해 치아를 발거하는 수가 일반인 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혈당관리와 함께 치주병을 꾸준히 치료한 당뇨병 환자의 경우 발치 수가 다시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또 음식을 조절해야 하는 당뇨환자가 섬유질이 풍부한 현미나 야채, 견과류 등을 제대로 씹지 못하면 식이요법에 실패하기 쉬워 혈당조절도 힘들어집니다. 혈당조절에 실패하면 다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당뇨환자들은 치주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치주병과 심혈관계 질환=협심증, 동맥경화증, 심근경색증 등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도 치주염과의 연관성이 깊습니다. 세균에 의해 잇몸이 장기간 만성적인 감염상태가 되면 우리 몸은 백혈구를 통해 세균을 억제하기 위한 방어 기능을 수행합니다. 만성적인 치주질환이 있는 경우 구강 내뿐만 아니라 혈액 내에도 백혈구 수가 증가해 혈관폐색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는 심혈관계질환과 뇌졸중의 중요한 위험 요소입니다. 또 백혈구와 더불어 섬유 소원이나 혈액 응고인자 등이 혈액 내에 증가하면서 혈액을 끈끈하게 만듭니다.
혈관벽이 두터워져 생기는 동맥경화증도 치주병과 관련이 있습니다. 심혈관계 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동맥경화증은 동맥 혈관이 부분적으로 두터워져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입니다. 치주병 원인균에 의해 혈관벽이 손상돼 이를 치유하기 위해 `단핵구'라는 세포가 혈관에 침투해 혈관에 염증반응을 증가시키고, 여러 가지 물질을 분비해 혈관을 두텁게 만듭니다. 이때 혈관이 좁아지게 되고, 동맥경화증을 유발해 혈액순환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즉, 치주병은 혈액을 끈끈하게 하고 혈전을 만들며, 혈관을 두텁게 해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성을 높이게 됩니다.
◇치주병과 전신질환=이 외에도 치주병은 치매, 뇌졸중, 류마티스 관절염 등에 영향을 미치며, 남성 환자는 발기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터키 이노누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치주질환이 있는 남성은 건강한 남성에 비해 발기부전 가능성이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치주병이 있는 사람은 암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잇몸에 문제가 생기면 전신성 염증이 발생하면서 종양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으며, 치주병 자체가 면역체계 약화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로스웰파크 암연구소가 1999∼2005년 266명의 두경부암 환자를 조사한 결과, 암세포가 자라는 것과 잇몸 뼈 손실이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습니다.
◇치주병 예방법은 올바른 칫솔질=치주병의 원인은 `플라크'라 불리는 치태입니다. 치태란 주로 치아 표면에 붙은 세균덩어리의 얇은 막으로, 약에 의해 제거가 되지 않고 칫솔질을 통한 기계적 방법에 의해서 제거됩니다. 치태를 제때 제거하지 못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 침 속의 칼슘, 인 같은 원소가 부착해 돌처럼 단단한 치석이 됩니다. 이러한 치태와 치석의 원인균이 혈액을 통해 체내에 돌아다니면서 질환을 일으키게 됩니다.
따라서 치주병의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은 꾸준하고도 올바른 칫솔질입니다. 올바른 방법의 칫솔질을 통해 치태를 제거하고, 증상이 없더라도 자세한 잇몸 상태 확인을 위한 주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도 권유됩니다. 이와 함께 치간 칫솔, 치실, 구강청결용액(잇몸질환 전용) 사용을 생활화하고 잇몸약도 구강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심하지 않은 잇몸염증은 치태, 음식물 찌꺼기와 치석 등을 제거하는 스케일링으로도 치료가 되며 생활 속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